본초학

본초학

 음양기혈수화론(陰陽氣血水火論)

 

 

● 당용천(唐容川)은 『혈증론(血症論)』의 첫머리에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일신(一身)은 오로지 음양(陰陽)이며 음양 두 글자는 수(水)와 화(火)를 말한다. 수(水), 화(火) 두 글자는 즉 혈(血)과 기(氣)로서 수(水)는 기(氣)로 화(化)하고 화(火)는 혈(血)로 화(化)한다."

 

●『적천수(適川髓)』에서는 이 수화(水火)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목(木)이 수(水)를 받지 못하면 혈병(血病)이 생기고, 토(土)가 화(火)를 받지 못하면 기병(氣病)이 생긴다."

 

●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음양(陰陽), 수화(水火), 혈기(血氣)는 생명의 3 요소, 즉 햇빛, 공기, 물에서 나온다. 인체의 영양, 호흡, 생장과 신진대사, 물질의 운반, 제어와 반응, 배설, 생식, 운동 등의 생명과정에 존재하는 에너지는 중추신경기관, 내분비(조절)기관, 호흡기관, 순환기관, 소화기관, 배설기관, 생식기관, 운동기관 등 각 부문의 역할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 사람의 기(氣)는 배꼽 아래 단전(丹田) 기해(氣海)에서 나온다. 배꼽 아래는 신장과 방광의 물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의 물은 자체적으로 기(氣)로 화(化)하지 못하고 코로 천양(天陽-공기)을 들이마신 후 폐(肺)를 거쳐 심장(心臟)으로 보내지고 다시 배꼽 아래로 들어가 열(熱)을 내면 그 물(水)이 기(氣)로 변화한다. 역(易)의 감(坎)괘 일양(一陽)은 수(水)로서 기(氣)가 생기는 근원이다.

 

● 기(氣)가 일단 발하면 태양경(太陽經)을 따라 바깥에 분포되어 보호작용을 하는데, 이것이 위기(衛氣)이다.

 

● 위로는 폐와 통하여 호흡하고 오장육부가 맞물리는데 모두 하나의 기(氣)이다. 그러나 기(氣)는 수(水)에서 생하므로 수(水)로 화할 수 있다.

 

● 수(水)가 기(氣)에서 화하였지만 기(氣)를 병들게도 한다. 기(氣)가 가는 곳은 수(水) 역시 가지 못하는 곳이 없다.

 

● 태양(太陽)의 기(氣)가 피모(皮毛)에 이르면 땀이 나는데, 이는 기(氣)가 수음(水陰)을 동반하여 외부로 간 것이다. 태양(太陽)의 기(氣)가 폐로 운반되면 방광, 신장의 수음(水陰)은 기(氣)를 따라 상승하여 진액(津液)이 된다. 이것은 기(氣)가 수음(水陰)을 싣고 위로 올라간 것이다.

 

● 기(氣)가 아래로 내려오면 수도가 통하여 뇨(溺-빠질닉)가 되는데, 이것 또한 기(氣)가 가고 수(水)가 가는 것이다.

 

● 만일 수(水)가 정지하여 변화하지 않는다면 외적으로는 태양의 기가 이르지 못해 땀이 나지 않고, 내적으로는 진액이 생기지 않고 담음(痰飮)이 생긴다. 이것은 수(水)의 병이 기(氣)의 병으로 된 경우이다.

 

● 또 폐의 제지로 기가 행해지지 않아 내려오지 않으면 방광결석증이 생기고, 신장의 양기(陽氣)가 수(水)를 제압하지 못하여 음식을 먹으면 설사하게 된다. 이것은 기(氣)의 병이 수(水)의 병으로 된 경우이다.

 

● 기(氣)와 수(水)는 일가(一家)로서 기(氣)를 다스리려면 수(水)를 다스려야 하고, 수(水)를 다스리려면 기(氣)를 다스려야 한다.

 

● 수(水)가 운행하면 기(氣)가 운행하고 수(水)가 정지하면 기(氣)도 정지한다. 이것을 아는 자만이 기(氣)의 조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 어째서 화(火)가 혈(血)로 변화한다고 하는가? 혈(血)의 색은 불(火)의 색이다. 심장은 화(火)의 변화를 주관하는 곳이다. 혈액을 만들어 전신을 영양한다.

 

● 화(火)는 양(陽)이고 혈음(血陰)을 생한다. 다시 혈음(血陰)에 의해 화(火)를 양성한다.

 

● 화(火)가 상염(上炎)하지 않으면 혈액이 아래로 흐르고, 간(肝)에 저장되고 혈해(血海)에 있다가 충(衝), 임(任), 대(帶) 의 세 맥(脈)을 통해 전신으로 보내져 기체를 온양한다. 남자는 혈의 흐름을 살펴볼 수가 없고 여자는 혈의 흐름이 매달 월경으로 나타난다.

 

● 혈(血)이 아래로 흘러 혈해(血海)에 모이고, 심화(心火)는 이를 따라 내려오므로 혈(血)이 성해도 화(火)가 열(熱)하지 않고 따라서 남자는 병이 없고 여자는 수태하게 된다.

 

● 만일 혈(血)이 허(虛)하면 간(肝)은 저장된 것을 잃고, 목(木)이 왕성하여 화(火)가 더욱 동하며, 심(心)은 먹은 것을 잃고 화(火)가 왕성하면 상혈(傷血)한다. 이것은 혈(血)의 병이 화(火)의 병으로 된 것이다. 이때의 치료는 보혈(補血)로 가능하다.

 

● 그러나 혈(血)을 보하고 몸의 열을 내리지 않으면 화(火)가 끝내 항(亢)하여 혈(血)이 생성될 수 없다. 그러므로 자혈(滋血)할 때는 청화약(淸火藥)을 써야 한다.

 

● 이처럼 치화수(治火)는 곧 치혈(治血)이며 혈(血)과 화(火)가 원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안다면 혈(血)의 조절을 얘기할 수 있다.

 

● 무릇 수화 기혈은 원래 상대되는 것이며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수(水)에 병이 들면 혈(血)이 상하고 혈(血)에 병이들면 기(氣)가 상한다.

 

● 기(氣)가 분(分)하여 수음(水陰)이 부족하면 양기(陽氣)가 음(陰)을 이겨 피가 마르고, 음(陰)이 분(分)하여 혈액이 모자라면 진액이 내려가지 않아서 기(氣)가 병이 난다.

 

● 땀이 너무 많이 나면 혈(血)이 상하고, 진액이 없으면 혈(血)이 상하고, 방광에 열결(熱結)하면 하혈(下血)하는데, 이것은 수(水)의 병으로 인해 혈(血)이 상한 것이다.

 

● 토혈(吐血), 해혈(咳血)은 담음을 겸하는데, 혈(血)이 허(虛)하면 정(精)이 마르고 수(水)가 뭉쳐 담(痰)이 응결되어 흩어지지 않는다

 

● 혈(血)을 잃으면 종종 수종이 생긴다. 어혈이 수(水)로 화하여도 역시 수종(水腫)이 된다. 이것은 혈(血)의 병이 수(水)를 겸한 것이다.

 

● 무릇 하초(下焦)는 혈해(血海)로서 방광이 같은 곳에 있다.

 

● 상초(上焦)에는 폐(肺)가 수도(水道)를 주관하면서 혈맥(血脈)을 주관하는 심(心)과 함께 있다.

 

● 육체 밖에서는 땀이 피모(皮毛)로 나가고 혈(血)은 경맥(經脈)을 통해 흐르며 서로 의지하고 나란히 공존한다. 하나의 음(陰), 하나의 양(陽)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혈(血)을 운반하는 것이 기(氣)이고, 기(氣)를 지키는 것이 혈(血)이다.

 

● 기(氣)는 양(陽)이므로 기(氣)가 왕성하면 화(火)가 왕성하고, 혈(血)은 음(陰)으로서 혈(血)이 허(虛)하면 수(水)가 허(虛)해진다. 하나가 아니고 둘이 하나이다. 사람이 이 이치를 알면 분명히 혈(血)과 기(氣)를 다스릴 수 있고 음(陰)과 양(陽)을 조화시킬 수 있다.

 

● 혈(血)은 심화(心火)에서 생겨 간(肝)에 저장되고, 기(氣)는 신수(腎水)에서 생겨 폐(肺)가 주관하며 구 사이에서 상하로 운반하는 것이다. 수화(水火)의 이장(二臟)은 선천적인 것이다. 인간이 잉태될 때 선천적인 것으로 후천적인 것이 생기며, 사람이 자란 후에는 후천적인 것이 선천적인 것이 된다. 그러므로 수화(水火) 이장(二臟)은 전부 비(脾)에 의존한다.(태아는 5개월 안에 비장에서 적혈구와 백혈구를 제조한다). 음식이 위로 들어와 비(脾)를 거쳐 즙이 되고 심장으로 가며, 심장에서 변화를 얻어 붉게 되며, 이것을 혈(血)이라고 한다. 때문에 치혈(治血)은 치비(治脾)를 위주로 해야 한다.

 

● 기(氣)를 치료하는 데에도 역시 비장(脾臟)의 치료를 주로 해야한다. 기(氣)기 비록 신장에서 생기지만 음식이 위로 들어와 비(脾)를 거쳐 수(水)로 변하며 아래로 신장으로 내려가 신장(腎臟) 중의 양기(陽氣)가 수중(水中)에서 증발되어 위로 올라간다. 청기(淸氣)는 올라가고 진액이 퍼지며 탁기(濁氣)는 내려가 수도로 하행한다. 수도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땅의 강물이 오물을 씻어내는 것과 같고 진액이 상승하는 것은 흙 속의 양분이 맥동(脈動)하여 우로(雨露)가 승(升)하는 것과 같다. 떄문에 치기(治氣)는 치비(治脾)를 위주로 해야한다.